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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Loser가 아니다.

 

Loser

180cm가 안되는 남성은 루저.라는 얘기가 온나라를 뒤덮었다.
유명 스타의 멘트가 아닌 한 대학생의 멘트가 나라를 온통 떠들썩하게 하는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사건이었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주장했던 나의 얘기는 다음과 같다.

루저.관련 발언을 떠들고 다니는 사람은 남녀노소 모두 루저이다.

아무래도 좋다.
키, 외모, 학벌, 재력 등 그런 것들로 기준을 만드는 이들이라면 lose 한 인생이라 생각한다는 뜻으로 지껄였던 말이며, 지금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참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만, 본 포스팅에서는 조금 말을 줄이려 한다.
하지만, 꼭 이 얘기는 하고 싶다.

진정한 Loser가 있다.
투표하지 않은 그 들.


패배는 패배다

나는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고, 주민등록상 경기도민이다.
경기도지사에 투표했고, 서울시장에 관해서 지지하던 후보가 있었다.

두 후보 모두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했다.
나의 후보와 나는 모두 패배했다.

그 차이가 얼마이건, 사유가 무엇이건, 아무튼 패배했다.
깨끗한 패배가 세상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몰라도 깨끗한 패배였다.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 후보가 바꾸어서 출마하였건,
소속 정당이 바뀌었건, 야당 중 한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였건, 강남의 사람들이 어찌하였건
아무튼 패배했다.

의무와 권리

사람에게는 권리와 함께 의무라는 것이 주어진다.
권리는 누구나 누리고 싶어하는 것이고,
의무는 행사해야하지만 그다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일 수 있다.

투표는 의무라고 늘 상 떠들고 다니지만, 대개의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난 이들에게 떠버릴 권리를 박탈하길 소망한다.

어떤 정권을 지지하고, 그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더라도 그 사람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설령 나와 같은 당을 지지하고, 동일한 후보를 지지하고, 논리적이며 감정적인 근거를 갖고 있더라도 투표하지 않는 자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국민이라면, 시민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행하고 결과나 과정에 대해서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Loser는 아니다

논리적 근거를 많이 어디다 팔아버린 흐름인게 느껴지지만...
아무튼 난 Loser가 아니다.

난 새벽 5시에 마포에서 인덕원까지 차를 끌고 가서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투표소를 찾아가서 내 표를 행사하고 왔다.
비록 내가 지지한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그 중 가장 신경쓴 경기도지사는 꽤 큰 표 차이로 낙선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Loser가 된 것은 아니다.

충분히 내 의지를 표명했고, 그것은 내게 면죄부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부재자 투표 신청기간을 바쁘단 핑계로 넘기면서 생애 처음으로 투표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새벽바람에 투표를 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당선 여부와 관련없이 자괴감에 빠졌을거라 확신한다.

내 의무를 다하지 못 했음에.
혹시 나 때문에 낙선했을 지도 모를 후보에.
내 자식을 보면서 투표는 반드시 해야한다고 말할 때 느낄 자책감에.

언행일치를 항상 주장해온 내 삶에 반하는 내 행동 자체에 환멸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랬을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계속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언급하는 이유는.
나의 작고 약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벌어지지 않은 일을 고려하는 일이 내 업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라지만,

상상할 수 없다. 나와 내 가족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일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내 아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혹은 해가 될지도 모르는 일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Loser에게 고함

간만에 꿀같은 아침잠으로 피로를 회복하고, 햇살 좋은 날에 야외로 놀러다니며 여가를 즐기고,
보고 싶던 영화를 보고, 분위기 있는 외식을 하고, 간만에 여유로운 평일 데이트를 즐기고,
평화롭게 TV를 시청하는 모습.

잠시 근처의 투표장으로 신분증과 함께 도착해서 도장 몇 번 찍으면 이런 일들이 불가능한가?

내 한표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는 너희들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당신들이 어떤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지, 꾸질꾸질한 교통카드를 들고 외출을 하는지 몰라도
Part-time job을 구해서 하루라도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는지, 빈둥거리며 발가락으로 리모콘을 조작했는지는 몰라도
입을 다물라.

나는 이럴 줄 알고 투표같은거 안하잖아.
뭐하러 귀찮게 그런걸 해?
나랑 놀러가자.

이런 귀한 멘트로 주변의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길 바란다.

난 안 찍었어

아니면 아무도 안 찍어서 항상 면책의 기능을 갖고 사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