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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합니다. 2010.09.04 15:00

결혼

"저 결혼 합니다."

1. 누구랑?
2. 속도 위반이야?

2가지 답변이 가장 먼저 나오더군요.
장난이라도 좋은 시절 끝났다.거나 축하한다는 말이 아닌 위의 두가지 반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_-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탓에 신부를 궁금해하셨을테고,
연애 얘기도 없이 결혼을 한다니 애라도 생긴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셨을 테지요.


아무튼 저 결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신부

예.
제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신부입니다.

타협도 모르고, 앞뒤는 꽉 막힌 신랑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모르는 어린 신부입니다.

1남 2녀 중 장녀로 1980년에 태어났습니다.
제가 석사 과정이던 2005년에 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서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아름다운 청춘의 대부분을 저와 보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집에는 돈이 없습니다.
결혼하지만 명품으로 몸을 휘감거나, 강남에 있는 대형 아파트 한 채 떡하니 사주지 못합니다.

결혼 준비에 신나고 들떠있기 보다는, 이것 저것 알아보고 비교하느라 몸이 아플 지경입니다.
허름한 신혼집은 마땅히 채울 공간도 없을 만큼 협소합니다.


이 불행한 신부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합니다.
제가 불행한 신부로 만들었으니 꼭 행복한 배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랑

어느 인연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이 사람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곁에 두지 못한 다는 생각에 생의 마감을 결심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몇 가지 소망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소망 하나를 드디어 이룹니다.
가슴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소망.


똑바로 일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 내 생각이 맞는 것인지 끝없이 고민하고 힘들어합니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일과 소신대로 일하는 것 중 무엇이 가장의 역활에 더욱 충실한 것인지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나를 믿고 의지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습니다.

한강 물을 퍼다가 생명수로 팔라고 해도 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청첩장 내부입니다.

때 : 2010년 09월 04일 15:00
곳 : 한전 본사 대강당 (삼성동 Coex 맞은편)

제 첫번째 결혼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방명록을 적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축의금이 없으셔도 좋습니다.
불편하신 분은 사진 촬영을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저희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축하해주러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금 어정쩡한 시간이지만, 식사하러 오셔도 좋습니다 ^^

직접 몸소 참석하지 못하시는 분들의 마음 속 축하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