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10집
이미 여러번 밝힌 것처럼 난 공장장의 Fan이다.
(물론 대장도 좋아하고, 교주도 좋아하지만 아무튼.)
영원히 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10집이 결국 나왔다.
(이승환.이란 사람의 생각과 그 고집을 내가 얼마나 아는지는 몰라도.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확신한다.)
아홉수를 거쳐서 나온 10집.
20주년 기념음반 Hwantastic이 나온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금새 나올 줄은 더더욱 몰랐다.
경비실에 맡겨져 있던 택배의 모습
이걸 포장이라고 불러야하나? 뽁뽁이를 배송시킨줄 알았다 ㅋㅋㅋ
간단한 안내문과 함께 배송되었다.
본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음반 쇼핑몰이 있으니 다음번에는 그곳에서 주문 부탁한다는 홍보성 멘트가 들어있었다. (나는 옥션에서 주문했다.)
하지만, 배송과 반품 등에 관한 안내가 상세히 들어있어서 만족했다.
근래 주문한 업체들은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들게 친절해서 아주 좋다.
5장을 주문했다. 앞면의 모습
너무나 당연하게 뒷면엔 뒤통수가~
예상보다는 공장장의 음반치고는 평범한 모습
역시 최고
음반을 어떻게 외관으로 평가하겠느냐만.
(외관까지도 신경쓰는 모습을 아무래도 칭찬할 수는 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외관에는 그리 신경쓴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그 자그만 신경까지도 모두 음악에 쏟아 부은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강명석님의 [DREAMIZER] 리뷰
음악이 사라지는 시대와 '단독전쟁'을 벌이는 몽상가 이승환의 절대 사운드!
대중음악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물량 투입으로 사운드를 무장한 블록버스터 앨범 'dreamizer'
대중의 가슴을 찔러 들어오는 흡인력 있는 멜로디의 타이틀 곡 '반의 반'
음악은 죽었다. 물론, 지금 음악은 어디서든 들린다. 벨소리에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도, mp3 플레이어에도 있다. 월 5천원만 내면 수없이 많은 곡들을 들을 수 있다. 시대의 트렌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듣고 싶은 음악 한 곡을 듣기 위해 밤새 라디오를 켜놓고 카세트의 녹음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 시대는 분명히 축복이다. 하지만 음악이 어디에나 있는 이 시대에 뮤지션이 죽어가는 건 무슨 이유일까. 1990년대에 이름을 떨치던 그 많던 뮤지션들 중 상당수는 더 이상 신작을 발표하지 않는다. 자신이 곡을 쓰고 노래 부르던 '싱어 송 라이터'는 대부분 인디로 내려가 음악을 한다. 그리고, 뮤지션들은 더 이상 '정규 앨범'을 내놓지 못한다. 음반이 팔리지 않는 시대, 한 번에 10여곡을 한 꺼번에 내놓으면 그 중 TV 음악프로에 나오는 한 두곡의 싱글만 주목받는 시대에 뮤지션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음악이 완벽한 유행상품이나 듣는 사람을 꾸미는 악세사리같은 BGM이 된 시대에, 뮤지션의 음악적 이상과 야망이 담긴 한 장의 앨범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이승환이 있다. 지난 20년동안 불과 9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던 그의 음악사는 한국에서 아티스트의 음악적 욕심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4집 'Human' 제작 당시 한국 최초로 미국에서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프로듀서 데이빗 캠벨과 작업, 한국 대중음악의 사운드의 수준을 바꿔 놓았다. 또한 5집 'Cycle'은 한 개인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담아낸 뮤지컬 같은 콘셉트 앨범이었고, 'Human'의 사운드마저 넘어선 6집 'The War in life'와
팝부터 록, 일렉트로니카, 동양 음악까지 수많은 장르를 자신의 음악세계와 조화시킨 더블 앨범 'Egg'는 이승환이 아니면 시도할 수 없는 블록버스터였다. 20년 전 정장을 입고 풋풋하게 '텅 빈 마음'을 부르던 '어린 왕자' 이승환은 이제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운드를 들려주는 뮤지션이 됐다. 그것은 한국 대중음악의 찬란했던 황금기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승환의 열 번째 정규 앨범 'Dreamizer'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가 대중음악계를 향해 벌이는 마지막 전쟁이다. "지금같은 대중음악계의 상황에서 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 이승환은 "후회 없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 현재 대중음악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물량을 투입, 'Dreamizer'를 궁극의 사운드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앨범을 만들었다. 이는 단지 타이틀 곡 '반의 반' 등 다수의 곡에 화려한 오케스트라가 동원되고, 비틀즈에 대한 오마주인 'reason'을 녹음하기 위해 실제 비틀즈가 쓰던 것과 유사한 빈티지 악기가 사용됐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인 윤도현 밴드, 피아, 노브레인 등의 보컬리스트들이 한데 모여 '롹스타 되기'를 불렀다거나, 조규찬부터 보컬그룹 헤리티지, 인디밴드 노리플라이 등 한국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한데 모였다는 사실은 차라리 소소한 이야기 거리다. 이승환이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해외 뮤지션들도 훌륭했지만, 'Dreamizer'를 위해 참여한 스태프들의 면면은 미국에서도 문자 그대로 '일등'이다. 타이틀 곡 '반의 반' 등의 믹싱을 담당한 엔지니어 움베르토 가티카(Humberto Gatica)는 마이클 잭슨의 전설의 앨범 'Thriller'와 'Bad'를 믹싱한 것을 비롯, 최근까지 안드레아 보첼리, 셀린 디온, 마이클 부블레, 조쉬 그로반 등 팝계 정상의 톱스타들의 음반을 모두 믹싱한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 중 한 명이다. 또한 강렬한 록 사운드로 가득찬 '단독 전쟁' 등에 참여한 엔지니어 제프 로스차일드(Jeff Rothschild)는 켈리 클락슨, 본 조비 등 미국 메인스트림 록 뮤지션의 음반에 참여했다. 또한 'Dreamizer'의 여러 곡에서 폭발적인 연주를 선보인 기타리스트 필 엑스 (Phil X)는 도트리, 에이브릴 라빈 등의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해 명성을 떨쳤고, 'A/S'에서 관악기 편곡을 맡은 제리 헤이는 전설적인 밴드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음반에서 관악기 편곡을 맡았다. 이밖에도 'Dreamizer'에는 찾으면 찾을수록 대단한 뮤지션들의 이름이 앨범 크레딧을 가득 채운다. 핸드폰 벨소리로 음악을 들으며 누구도 사운드의 질에 신경 쓰지 않는 시대, 녹음에 돈을 투자한다는 말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이승환은 후배들이 두고두고 사운드의 교재로 삼을 만한 앨범을 남겼다.
그러나, 'Dreamizer'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소리의 질이 아니라 그 소리들이 빚어내는 감동의 크기에 있다. 'Dreamizer'는 이승환의 20년 음악 인생이 집결 돼 있는 동시에, 지금 대중의 감성에 단순해 보일 만큼 편안하게 다가선다. 타이틀 곡 '반의 반'은 불과 4분이 되지 않는 러닝타임 동안 록 밴드의 사운드와 화려한 오케스트라, 거대한 코러스까지 수많은 소리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반의 반'에서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심플하게 곧바로 대중의 가슴을 찔러 들어오는 흡인력 있는 멜로디다. '구식 사랑'은 레게와 재즈를 오가는 자유로운 구성 속에서도 마치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들이 연상될 만큼 기분 좋은 팝 멜로디를 놓치지 않고, 'A/S'는 화려한 리듬 속에서 세련된 모던록 멜로디를 잃지 않는다.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은 록 사운드에는 '롹스타 되기'처럼 시종일관 경쾌하고 신나는 구성이 결합되거나, '단독 전쟁'처럼 최신 댄스곡에 뒤지지 않는 트렌디한 비트가 함께 한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장르에서 수많은 사운드적 실험을 해온 이승환은 'Dreamizer'에 이르러 자신의 아티스트적인 욕심과 보다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을 원하는 대중의 요구를 완전히 조화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점에서 'Dreamizer'는 '웰메이드 블록버스터'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사운드에 들인 정성과 치밀한 음악적 완성도는 '웰 메이드'지만, 그것의 결과물은 수많은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특히 수많은 사운드가 거대한 스케일을 연출하면서 극적인 감동을 일으키는 앨범의 마지막 곡 '개미 혁명'은 'Dreamizer'의 백미다.
그래서, 'Dreamizer'는 이승환이 대중음악계에 던지는 최후의 일격일지도 모른다. 음악은 남아도 아티스트는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그는 마치 홀로 적진에 들어간 군인처럼 자신의 음악적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앨범을 내놓았다. 이 무리한 전쟁은 아마도 그가 문자 그대로 Dreamizer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는 젊어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젊게 산다"고 하는 그는 지금 이 순간까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열정 가득한 청년처럼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가 벌인 '단독전쟁'에 누가 함께 싸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몽상가가 너무 정성을 들여 만든 이 '시대착오적'인 앨범은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에 오랫동안 기억될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아직은, 뮤지션들이 어디선가 세상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다시 한 장의 앨범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는 날들을 꿈꾸며.
1. 이별 기술자 (작사 이승환 / 작곡 유지상 / 편곡 황성제 유지상)
<Dreamizer>에 담긴 사운드의 완성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첫 곡. 윌 스미스의 앨범 프로듀서였고, 미국에서 백 장이 넘는 골드 및 플래티넘 앨범의 녹음에 참여한 랍 치렐리가 믹싱을 맡아 기존 국내 앨범과는 한차원 다른 사운드를 들려준다. 랍 치렐리는 이승환의 목소리가 전달하는 작은 여운까지 완벽하게 잡아낸 것은 물론, 드럼과 베이스 각자의 소리를 생생하게 살리면서도 이 소리들을 한 몸처럼 조화시켰다. 덕분에 ‘이별기술자’는 리듬 파트의 펑키한 느낌을 극대화 시키면서도 고급스럽고 풍부한 소리로 듣는 사람을 만족시킨다. 또한 멜로디에 있어 곡의 전개를 바꾸면서까지 억지스럽게 발라드에 가까운 후렴구 멜로디를 배치하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곡의 리듬감을 이어가는 전개로 어깨를 적당히 들썩 거릴 만큼의 흥겨움을 유지한다. 햇살 잘 드는 노천 카페에서 들으면 좋을 것 같은, ‘2010년형 라운지 음악’이라 해도 좋을 곡. 사랑과 이별을 시니컬하게 담아낸 가사도 흥미롭다.
2. 반의 반 (작사 이승환, 정지찬 / 작곡 정지찬 / 편곡 정지찬)
‘천일동안’, ‘애원’, ‘그대는 모릅니다’ 등 이승환 특유의 대곡 발라드를 잇는 <Dreamizer>의 타이틀 곡.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던 연인이 떠나간 뒤, 그의 ‘반의 반’이라도 붙잡고 싶어 하는 사람의 애끓는 심정을 표현한다. 나직한 목소리와 피아노로만 시작했던 곡이 후렴구인 ‘반의 반 그 반의 반...’으로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처절한 이별 노래로 바뀌며 듣는 사람을 강하게 곡의 멜로디에 몰입시킨다. 또한 피아노로 시작했던 곡에 드럼, 베이스, 기타 등 밴드의 연주가 붙고, 다시 12인조 오케스트라와 브라스 세션까지 가세하며 거대한 스케일로 변하는 전개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승환의 발라드에서만 들을 수 있는 사운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이 모든 전개와 곡의 사운드가 3분 40여초만에 이뤄진다는 사실. 마이클 잭슨의 <BAD> 앨범을 믹싱했던 엔지니어 움베르토 가티카는 강렬한 기타연주와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현악 연주, 넓고 웅장하게 퍼지는 관악기의 소리를 한꺼번에 완벽하게 잡아내면서 짧은 시간 안에 화려하고 스케일 큰 사운드의 위력을 맛보도록 했다. 특히 이승환의 목소리와 기타 솔로가 마치 라이브처럼 바로 앞에서 연주되듯 생생하게 들리는 것은 이 곡의 백미. 최근 대중의 기호를 반영한 팝의 형식 안에서 이승환이 지난 20여년동안 쌓은 역량과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가 만나 만들어낸 역작.
3. A/S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황성제 / 편곡 황성제)
전 세계에서 가장 펑키하고 그루브한 밴드가 어스 윈드 앤 파이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A/S’에서 관악기 편곡을 맡은 제리 헤이는 바로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 Greatest hits>의 관악기 편곡을 맡았다. 이것만으로도 ‘A/S’의 사운드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제리 헤이가 주도하는 관악기 연주는 ‘A/S’를 때론 숨가쁘게, 때론 느슨하게 끌고 가며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리듬을 들려준다. 여기에 다이아나로스부터 케니 지의 최근 앨범까지 베이스를 친 세계적인 세션 존 페냐의 연주는 곡의 리듬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면서도 시종일관 펑키한 흐름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A/S’에서 보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승환과 황성제가 함께 작곡한 멜로디다. 완벽한 펑키 사운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A/S’는 오히려 모던록에 가까운 깔끔하고 세련된 멜로디를 들려준다. 특히 곡의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예상 밖의 전개를 보여주는 후반부의 전개는 이승환의 곡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승환식 크로스오버의 완성이라 해도 좋을 곡.
4. Dear son (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황성제 / 편곡 황성제 ) feat. 헤리티지
다큐멘터리 <사랑 - 너는 내 운명>을 보고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만들었던 이승환이 이번에는 다큐멘터리 <안녕 아빠>를 보고 ‘Dear son'을 만들었다. <Dreamizer>의 녹음에 참여한 스태프들 중 자식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했던 곡이라고 한다. 요즘 많은 매체에서 등장하는 힘들고 지친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이 바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고, 아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는, 커다란 나무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것이 특징. 또한 ’Dear son'은 <Dreamizer>에서 러닝타임 5분이 넘는 유일한 곡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이 탄탄한 짜임새를 갖는 것은 보컬 그룹 헤리티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코러스에 있다. 마치 빵 안에 수많은 내용물을 층층이 쌓은 빅맥 버거처럼, ‘Dear son'은 각자 다른 화성을 가진 코러스가 수없이 쌓여 곡의 전개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드러낸다. 다양한 코러스로 인해 곡의 스케일이 점층적으로 커지고, 곡의 후렴구가 두 파트로 나눠지도록 하는 다채로운 변화를 이끌어낸다. 특히 코러스가 거대하게 울리면서 이승환의 파워풀한 보컬과 대구를 이루는 종반부는 코러스 편곡의 모범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상적이다.
5. 롹스타 되기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3rd planet / 편곡 3rd planet)
feat. 윤도현(윤도현밴드), 요한(피아), 이성우(노브레인)
이승환은 데뷔 전 헤비메틀 밴드에서 활동했다. 또한 그는 최근 앨범으로 올수록 발라드보다 록 음악을 더 많이 수록할 만큼 록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롹스타 되기’는 이런 이승환이 자신이 품고 있는 ‘롹커’에 대한 꿈을 즐겁게 풀어낸 곡이다. 펑크, 하드롹, 헤비메틀 등 록의 다양한 장르를 한 곡 안에 몰아넣고,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게 듣는 사람을 몰아친다. 그 스스로 ‘웃자고 만든 곡’이라고 할 만큼 1980년대 롹스타를 꿈꿨던 수많은 록 키드들의 판타지를 그대로 대변하는 가사가 유쾌하다. 하지만 ‘롹스타 되기’의 사운드만큼은 결코 장난스럽지 않다. 곡에 등장하는 파워풀한 샤우팅은 윤도현, 요한, 이성우 등 유명 락 밴드의 보컬리스트들이 ‘질러낸’ 소리고, 곡 중간에 등장하는 함성 소리는 이승환이 실제로 자신의 공연에 온 3천여명 이상의 관객들이 지른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특히 이 곡에서 스피커를 부술 듯이 강렬하게 연주되는 기타는 미국 기타리스트 필 엑스의 연주로, 그는 최근 독특한 톤의 기타 연주로 에이브릴 라빈, 켈리 클락슨, 도트리 등 미국 메이저 록 스타의 연주를 도맡고 있다.
6. 단독전쟁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황성제 / 편곡 황성제)
이승환 스스로 <Dreamizer>에서 가장 뛰어난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 중 하나로 자부하는 곡. 곡 시작부터 끝까지 칼 같이 정확하게 반복되는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폭풍치듯 몰아치는 사운드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곡 후반에는 그 이상으로 강력한 드럼 연주가 헤비 락 사운드의 극단을 보여준다. 이런 사운드에 전혀 밀리지 않고 끝까지 파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이승환의 보컬 역시 발군이다. 특히 ‘롹스타 되기’에도 참여한 필 엑스의 ‘광란’에 가까운 폭발적인 기타 연주 사이에도 드럼과 베이스, 코러스까지 절묘하게 밸런스를 맞추는 엔지니어 제프로스차일드의 믹싱이 빛난다. 제프 로스차일드는 최근까지 켈리 클락슨, 본조비 등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의 믹싱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독전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녹음 테크닉이 아니라 곡 자체의 흡인력에 있다. 처음부터 정박으로 강하게 몰아치는 ‘단독전쟁’의 기타 연주를 최근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바꾸면 그대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Womanizer'나 플로라이다의 ’Right now'처럼 다이나믹하고 트렌디한 비트로 바뀐다. ‘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지? 흘린 땀이 모자라니’라는 가사 그대로 음악이 더 이상 작품이 되지 못하고 소비재처럼 변하는 시대에 ‘단독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승환의 역작.
7. reason (작사 이규호 / 작곡 이규호 / 편곡 이규호)
당신이 ‘reason'의 첫 소절이 등장하는 순간 뒤집어지게 웃었다면 당신은 비틀즈의 세대이거나, 음악 마니아라 자부하는 사람일 것이다. ’reason'은 이승환이 작정하고 비틀즈의 오마주를 목표로 만든 곡이다.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Girl', 'Strawberryfields forever', 'Real love' 등 비틀즈의 수많은 곡들이 연상된다. 심지어 곡 후반부는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A day in the life' 등 비틀즈의 사이키델릭한 노래들을 두루 섭렵한다. 이승환은 비틀즈가 그 시절에 냈던 사운드의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베이스를 폴 매카트니가 연주할 때 쓰는 기종을 그대로 쓴 것은 물론, 기타와 드럼 모두 빈티지 기종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베이스의 경우 폴 매카트니의 기종을 가지고 있는 베이시스트 연주자를 따로 구해서 쳤을 정도. 비틀즈 특유의 기타톤은 물론, 스피커 양쪽에서 순차적으로 ‘둥둥’거리며 울리던 드럼의 연주까지 그 시절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재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틀즈의 특정 곡과 같은 부분은 없고, 결과적으로는 이승환의 느낌이 베어 있다는 점이 놀랍다.
8. 완벽한 추억 (작사 이승환 / 작곡 권순관 / 편곡 황성제 권순관)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팝 음악의 스타일 안에서 다양하고 깊은 음악적 시도를 한 <Dreamizer>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곡. 초반부터 임팩트있게 치고 들어오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기승전결을 충실히 밟아나가며 시원하게 클라이막스로 흘러가는 이승환의 보컬은 대중적인 호소력을 가진다. 하지만 ‘완벽한 추억’은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요소들이 발견된다. 듣다보면 코러스가 수많은 사운드의 주변부에서 곡을 차분하게 감싸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베이스와 드럼의 컴비네이션이 곡의 멜로디에 대응하며 변칙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멜로디에 따라 사운드가 변화무쌍한 전개를 가졌지만 청자들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말 그대로 ‘고수의 한 수’를 보여준다.
9. my fair lady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황성제 / 편곡 황성제) feat. 서우
이승환의 20주년 기념 앨범을 통해 먼저 공개된 곡. 마치 옛날 시가를 부르듯 곱고 단정한 이승환의 보컬과 애절한 목소리로 ‘세상의 시선에 널 밀쳐내지’라며 사랑의 힘겨움을 노래하는 이승환의 보컬,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이승환의 강렬한 보컬이 결합해 다채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변화무쌍한 보컬에 따라 오케스트라와 록 사운드를 오고 가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사운드의 전개가 인상적이다. 곡 후반부에 배우 서우의 목소리가 더해지며 평화로운 분위기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더해지면서 힘겨운 사랑을 하던 두 남녀의 아름다운 결말을 암시하는 전개도 흥미롭다.
10. 구식 사랑.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 편곡 황성제) feat. 이주한(윈터플레이), 린
하이파이 마니아들은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어쿠스틱 악기 연주가 녹음이 잘 된 곡들을 플레이하곤 한다. ‘구식 사랑’은 그런 하이파이 마니아들에게 또 하나의 레퍼런스로 남을만한 곡이다. 기타와 드럼, 베이스, 퍼쿠션이 서로 연주하는 공간의 거리가 느껴질 만큼 생생한 공간감을 보여주고, 퍼쿠션을 두들길 때의 소리가 마치 입체로 느껴질 만큼 소리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녹음 돼 있다. 하지만 <Dreamizer>의 다른 곡들이 그렇듯 ‘구식 사랑’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녹음의 완성도가 아니라 팝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장르적 스타일을 자유롭게 소화하는 데 있다. 멜로디는 누구나 흥겹게 들을 수 있는 팝이지만, 그 기반에는 흥겨운 레게 리듬과 재즈적인 트럼펫 연주가 함께 들어있다. 또한 마치 두 곡을 이어 붙인 것처럼 곡 후반에 등장하는 린의 노래는 빅밴드 스타일의 재즈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모든 장르를 이승환식으로 귀결 짓는 이승환 특유의 스타일이 잘 나타나는 곡.
11. Wonderful day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3rd planet / 편곡 3rd planet) feat. 박신혜
제목이 그대로 곡의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경쾌하게 진행되는 곡의 전개 속에서 방에서 게으르게 지냈던 노래의 주인공이 바깥으로 나와 즐거운 생활을 하는 하루 일과가 그대로 그려진다. 특히 이승환이 발굴, 최근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등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박신혜가 인트로에 등장, 곡의 주인공을 박신혜의 모습으로 대입헤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늘 하루 난 실컷 먹고 잘 거야’라는, 요즘 시대에는 참 배짱좋은 (?) 가사가 브릿팝 멜로디와 만나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유쾌함을 선사한다. 이승환의 20주년 기념 앨범을 통해 미리 공개된 바 있다.
12. 내 생애 최고의 여자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3rd planet / 편곡 3rd planet)
‘반의 반’이 ‘천일동안’으로부터 이어지는 이승환식 대곡 발라드의 발전이라면, ‘내 생애 최고의 여자’는 이승환이 6집 앨범에 수록된 ‘나는’ 등에서 보여준 큰 스케일의 가스펠 스타일의 음악을 발전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거대하고 웅장한 코러스를바탕으로 락 사운드와 오케스트라, 코러스가 하나로 더해지며 거대한 사운드의 파도를 일으킨다. 한 곡 안에서 수많은 사운드를 촘촘하게 쌓고 쌓아 거대하면서도 정밀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승환식 음악의 정점. 마치 이승환의 독백으로 시작해 모든 연주자와 코러스가 동원되는 화려한 사운드로 끝나는 뮤지컬이나 오페라같은 느낌을 주는 곡.
13. 개미혁명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 편곡 황성제)
<Dreamizer>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대규모의 오케스트라와 가장 강력한 록 사운드, 가장 큰 목소리의 코러스가 결합한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초반부터 크고 강렬한 스케일의 사운드가 곡을 지배하면서 절망에 빠진 디스토피아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사람들의 간절한 열망이 드러난다. 락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이승환의 보컬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락 심포니 오케스트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폭발적이면서도 거대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실제 관악기 대신 기계를 쓰고도 마치 대편성 관현악단을 쓴 것 같은 사운드와 후반부에 폭풍치듯 이어지는 드럼 연주는 사운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체크해야할 부분이다.
글쓴이 : 강명석
추천 곡
Dear Son
당연 추천한다.
그 매서운 감정을 모두가 느꼈으면 한다.
휘몰아치는 그 감정선을 지키면서도,
떠나는 아버지로서 아들을 걱정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하고 부탁하는 그 애절한 부정.
아직 아이가 없는 내게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과연 내 아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해 줄 자격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반문을 내게 던지면서 더욱 눈물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그랬다.
오피스텔에 들어와도 들리고, 차에 타도 들려서 음반이 없는데도 항상 이승환 10집을 듣고 있다고.
어쩌면 난 이제 영영 이승환의 음악을 항상 들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지켜주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모든 억측과 억지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추앙하면서.
모두가 돈 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음악적 시도를 멈추지 않는 그를 부러워하면서.
언젠가 아들이 생기면 자신있게 나처럼 살아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를 자랑스러워하면서.
내 몫까지 힘들게 싸우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안타깝다.
하지만, 부럽고 부끄럽고 대견하다.
그의 더더욱 발전되고 정제된 음악도 듣고 싶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그의 숨결을 더 오래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기타 등등
그의 포스터를 굳이 함께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뜯어보지 못하고 있다.
CD는 Ripping 과정에서 한번 DVD-Rom에서 읽혀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다시 재생할 가능성은 향후 10년 정도는 없다.
(모든 음악 CD들이 이런 과정을 겪은지 꽤 되었다.)
음반은 ISO로 통째로 보관하고,
Flac으로 변환해서 PC에서 알람으로 재생 중이고,
mp3로 전환한 파일은 USB Memory에 담긴채 차에서 듣고 있고,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smp로 변환되어서 항상 Bluetooth Headset으로 듣고 다닌다.
소중한 친구들에게 아마 마지막으로 받는 CD 선물일거라며 선물했다.
(저번에도 그래놓고 이번에도 또 음반 선물짓거리다. 다음번에 또 그러면 무성의해 보이려나?)
할 수 없는 말
모든 음악이 그렇지만,
특히나 이승환의 음악은 내게 도전을 제시한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비겁하게 물러나지 말라고,
왜 음악만 듣지 않고, BGM으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냐고.
아쉽지만 이번 음반을 끝으로 더이상 그런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얼마나 지속될런지 나 조차 알 수 없지만,
살아가면서 너무도 힘들어서 눈물이 찔끔나올 것 같지만,
듣지 못한 척하면서 외면하고 살아가보려 한다.
혼자서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
아니 전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돈.
한번 나도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원하는 어른이 되어 보려고 한다.
영원히 철부지로 살아보려던 꿈은 당분간 접는다.
영원히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꼭 반드시 철부지로 돌아오겠다는 다짐과 확신을 가지고 어른이 되려한다.
마음껏 눈물흘리고, 마음껏 사랑하고, 죽을만큼 기뻐하지 못하겠지만.
어른의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돌이키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런 말을 전해주고 싶다.
나는 반드시 돌아와서 크게 웃어주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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