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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 효성 인텔리안 오피스텔

독립

그렇게 가지 않겠다던 대학을 요상하게도 입학하게 된 이후로
쭈욱 자취를 해온터라 20대에 집에서 머문 시간이 얼마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이나 부모님이라는 울타리를 처음으로 벗어난 순간.
경제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독립하게 된 시점은 오피스텔을 얻어서 나온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죄송하고, 설레이고, 기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경제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안정적이지 못한 연로하신 부모님만 집에 남게 되는 일이 마음에 걸렸는데,
때 마침 동생이 삼성전자에 입사가 확정되면서 자취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자정이 되야 들어오는 생활을 주말도 없이 하느라, 집에서 밥 먹는 일도 한 달에 1~2번 있을까 말까했지만,
막상 독립해서 나가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동생이 집을 대신 지킨다는 핑계삼아 독립을 결심했다.

왕복 기름값이나 출퇴근 시간을 고려했을 때 경제적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매일 같이 셔츠를 다리시고 방 청소를 하시는 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이유도 있었다.

경제적인 부담이 생기더라도 조금의 수고라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조금이라도 더 곁에 머무는 것이 부모님의 마음에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고생이 영 내키지 않았다.)

효성 인텔리안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효성 인텔리안 1809호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주소지이다.

여러번의 사무실 이전 끝에 마포의 미래에셋의 본사로 사무실이 정해지고,
마포에 오피스텔을 얻기로 했다.
회사 소유의 '부동산 114'에서 제공하는 Reps라는 툴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서,
오피스텔을 찾는다는 게시물을 올리자, 부동산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각각의 장단점이 비교적 명확했지만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복층 건물도 있었고, 저렴한 곳도 있었고, 교통이 조금 더 편리한 곳도 있었지만 최종 선택은 이 곳이었다.

지하에 위치한 헬스장과 골프 연습장이 무료인 부분도 마음에 들었고,
마포에서는 가장 인적이 드문 지역이라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항상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동네에 상담하러 다니는데, 집 앞 마저 북적이는 것은 원치 않았다.)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에서 10초도 안걸리는 거리.
상대적으로 면적에 비해서 저렴한 월세.
사무실에서의 거리.
등 모든 부분이 내가 원하는 최적의 장소였다.

내부 구조 등

오피스텔은 대부분 긴 직사각형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가지 건축물의 특성 등의 이유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구 배치나 사용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배치를 보여준다.
같은 면적이라하더라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곳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격이었다.

이제는 틀린 표현이지만, 통상적인 표현으로 18평형의 월세 가격에 20평형 물건이 나와서 덜컥 계약해버렸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원.

혼자서 살기엔 넉넉한 면적 덕에 직사각형 구조가 아니라도 부족함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직사각형 구조에서는 가구 배치 이후에 사람들이 앉거나 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한 단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로지 혼자서 사용하기에는 유리할 지 몰라도, 사람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직사각형 구조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내가 입주하기 전에 사용하던 입주자는 여성 분이었는데
싱글 침대와 더블 침대, 책상과 책장 등 모든 가구를 두고 가겠다는 부분도 작용하기는 했다.

차질

우선 가구는 하나도 남기지않고 모두 가져갔다.
부동산과 얘기가 맞지 않았다고 했는데, 당장 가구를 갖고 오지 않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일본 놀자샵.에서 Air Bed를 사온 이유도 그 부분이 컸다.
(일본편 포스팅에서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이 포스팅을 위해서였다.)
(이제 사용하지 않는 Air Bed의 사진은 생략한다.)

충분할거라 생각했던 수납 공간은 역시 남았지만, 생각보다 옷장이 좁았다.
셔츠와 정장 만으로도 옷장은 꽉 차 버렸다.

Built In 형태라서 오피스텔을 선택했건만
냉장고의 성애가 어찌나 많은지 12시간이 지나도 성애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도대체 살림을 하긴 했나? 라고 생각했다.

도처에 깔린 머리카락과 화장실의 배수구는 막혀있고, 찌든 때를 보면서 입주자의 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욕실의 물 때, 냉장고의 성에 문제는 구조나 기계적 문제였다.)

입주하는 첫 날부터 짜증이 솟구쳤다.

부동산 아줌마

집주인의 중개인과 내 중개인은 다른 중개업소에 속해 있었다.

나에게 집을 소개한 중개인은 내게 본인과 일 할 것을 요구했다.
뭐니 뭐니 해도 대한민국에서 돈 벌고 싶다면 부동산을 해야한다면서,
자기네 실장이 두 달전에는 실적이 없었지만, 지난달에 1300을 벌었다면서, 나도 그 정도는 할 것 같다고 끈덕지게 설득했다.



이 뚱땡이 아줌마는 돈 걱정하고 살아본 적이 없다면서, 주차권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집주인 중개인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집주인 중개인의 사무실에 계약서를 쓰러가보니 다른 아주머니 중개인이 계셨다. (나와 계약하려는 중개인도 아주머니셨다.)
그런데 사무실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계약서에 펜도 대기 전부터 이것저것 물으시더니만,
당신 막내딸이랑 결혼하라신다. ㅡㅡ;;

나이는 22이고 대학생이라길래.

'제 입장도 그렇지만, 따님 생각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
라고 웃으면서 말했더니

'걔는 어려서 잘 몰라, 엄마가 보는게 정확하지'
라고 하신다.

나와 계약하시는 분은 딸이 고등학생이라 안타깝다신다.

다 지난 일이니까 얘기지만,

내가 무슨 꽃미남도 아니고, 재벌가의 자식도 아니고 당황하기 보다는 황당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
복장이나 악세사리도 매우 평범했다.

대체 중개인 아주머니들이 뭔가에 홀리는 날이었나보다.

함정

최소한 부정적인 시각은 없구나. 라고 순진하게 믿어버렸다.
아주 조금은 기분이 좋기도 했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러나, 전 입주자가 이사가던날 가구를 보러 찾아가서 입주자 아가씨에게서 가구를 모두 들고 간다는 얘기를 듣도록 부동산에서 아무런 언급도 연락도 없었다.
내가 연락했을 때는

'그러게요. 갑자기 그렇게 됐다네요.'

음.

주차권과 보조키를 건네 받았는데,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내게 경비실에 맡기라했다.
크기도 재고 다시 둘러보기 위해서 들릴 때도 굳이 본인들에게 다시 연락하라면서.
(물론 일반적으로 그러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약일에도 집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부동산에서는 일방적으로 내게 양해를 구했다.
미안해서 어쩌나... 하는 태도 따위는 없었다.

나의 중개인은 심지어 이사하는 날 나타나지도 않았다.
수수료를 입금 시켜달라는 전화만 한통 왔다.

마치 아줌마 사기단에 사기 당한 기분이었다.

결정타로.
잔금까지 다 치른 다음날 오피스텔로 중개인이 찾아왔다.
계약서에 작성하지 않은 사항들을 메모지에 적어와서는 지켜달라 말하고,

'주소 이전이나 월세를 소득공제 받으면 안되는 것은 당연히 알지?'
라는 투로 말을 건네고 유유히 돌아갔다.

정수 필터 교환을 요청하자, 다들 사용안한다면서 나가려했다.

'형광등 나가면 제가 갈아야해요?'
'정 부담되시면 연락하세요. 저희가 그 정도는 해드릴께요. 귀찮으셔도 괜찮으실텐데. 돈도 얼마 안하고...'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기타

가구들이 자리를 잡는데 2달이 걸렸다.
더 나은 배치를 찾는 이유도 있었지만, 침대 구매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정리되면 한번에 포스팅하고 싶었지만,
깔끔한 모습은 여태껏 찾아 볼 수가 없다. ㅡㅡ;;


오피스텔이 사용자가 여성이면 특정 표시가 되어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내 오피스텔에도 여성이 살았다는 표시와 같은 표시가 되어있다.


주거 용도로 만들어진 오피스텔이지만, 오피스텔이란 이유로 주택 넘버링이 되지 않는 현 제도는 문제가 많다.
오피스텔의 관리비에 청구되는 화재보험료는 주인이 내야함에도 입주인이 내고 있다.
오피스텔은 전기 수도 등의 비용은 따로 카드 결제가 불가한 경우가 많다.
오피스텔의 관리비 내역은 사업자의 경우가 아니면 세금으로 정산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 불합리하다.
아파트의 중개 수수료에 비해서 오피스텔의 중개 수수료는 과도하다.


오피스텔에 월세로 사는 사람들은 비용이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임대를 내놓은 집 주인 입장에서의 수익률은 실질적으로 5%도 되지 않는다.

등등
부동산과 관련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악용 되고 있는 부분들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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